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짧은 생각...

소매상(小賣商)에 대한 단상(斷想)

얼마 전 부터, 내 허리 둘레가 궁금했다.
최근 살이 좀 빠진 탓에, 날씬해진 내 모습을 수치로 직접 확인하고 싶었는지 모르겠다.
그런데 집에는 허리 둘레를 잴 수 있는 줄자가 없었다.

항상 집에 들어오면서 사야지...사야지 하면서도 잊고 들어왔다.
오늘은 입가에 '줄자', '줄자'를 달고 다니면서 꼭 사야겠다는 굳은 다짐을 했다.

결국, 이곳저곳의 상점들을 돌아다니면서 줄자를 찾았는데 의외로 파는 곳이 많지 않았다.
많은 상점 중에 한 구석에 있는 철물점 비스무레하게 생겨서 온갖 잡다한 것을 파는 가게가 있었다.

가게 들어서니 주인으로 보이는 할아버지가 계셨다.
난 할아버지를 보자마자 "줄자 파나요?"라고 물었다.
할아버지는 기억을 되뇌이는 듯 잠시 망설이다가 있다고 대답했다.

직접 줄자를 가져와 보여주었는데, 대부분의 소매상들이 그렇듯 가격이 불분명하다.
항상 느끼는 것이지만, 도대체 이 물건이 얼마인지 몰라 답답한 적이 많다.

그런데 자세히 보니 어렴풋히 가격표가 붙어있다.
하지만, 이상하게도 색깔만 다른 줄자가 가격이 다르네.....
할아버지도 이네 그것을 봤는지, 내게 비싼 가격이 찍힌 줄자를 주며
상대적으로 싼 가격으로 찍힌 줄자는 내 손이 닿지 않는 한 쪽으로 놓는다.

하지만 난 다 봤다!!
이내 할아버지에게 얼마냐 물어보니 잠시 고민하며 자체 가격결정 시스템을 발동하여
2천원이란다. 그런데 저쪽에 있는 줄자에는 분명 1천원이라 찍혀있었다.
물론 그 가격이 할아버지가 사오신 가격일 수 도 있다.

의심 많은 난, 색깔만 다른 저쪽의 줄자는 얼마냐며 물었다.
내 질문의 의도를 알아 챈 듯한 할아버지는 멈칫하면서, 이번에는 2500원이란다.
색깔이 이뻐서 500원 더 비싼가보다.

내가 보기에도 이상한 성격의 난 그것 견대낼 수 없다.
할아버지의 행위는 일종의 소비자(구매자) 기망행위 아닌가?!

그래서 그냥 두고 나와 버렸다.

안다. 소매상점에서 작은 물건 하나 팔아 남는 거 얼마 없다는 걸.
안다. 소매상점에서 물건 하나하나에 정가표를 붙여 놓고 팔 수 없는 환경이라는 걸.

하지만, 이해 못하겠다. 정확한 가격은 없더라도 눈치 껏, 기분 따라 달라지는 가격을 말이다.

요즘, 골목상권까지 대형 유통체인점들이 들어서는 것 때문에 시끌벅적하다.
물론 대자본이 이러한 골목경제까지 다 긁어 들이려하는 것은 나쁘다.
하지만, 무작정 반대를 할 것이 아니라.
왜 대형유통체인이 들어서면, 소매상들이 다 죽는지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서도 그들 스스로도 고민해 봐야 하지 않을까?!